Intro.
나의 모든 것을 쏟아야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고
가끔은 조금 부족한 나를 채워주려고
노력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사랑의 열병으로 많은 사람의 곁을
불안하게 떠돌았던 나지만
이제는 어떤 것이 사랑에
더 가까운 건지는 알게 됐다.
조성용, 사랑의 의미
https://www.youtube.com/watch?v=zlJDTxahav0
W. PePePaPa
넌 언제나 빛났고 아름다웠고 멋졌다.
너는 내가 닿을 수 없는 별이었고
내 곁의 우상이었다.
네가 내게 주는 것이라면
그 어떤 상처도 고통도 기꺼이 감내했다.
내가 아니라 널 내 전부로 생각한다는 걸
아는 네가 날 버리기 전까지는.
그제야 알았다.
그래,
이게 우리의 끝이구나.
그래,
이제 우리는 끝이구나.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똥차 가고 벤츠올까?
"사랑해."
너의 목소리가 이리도 달콤해질 수 있다는 걸
왜 나는 여태 몰랐을 까.
너의 키스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을
왜 나는 이제야 알았을 까.
절대 얼굴을 마주 보지 않던 그 많은 밤들과
내 허리를 쓰다듬으며 다른 이름을 부르던 날들을
보내고도 나는 네가 여태껏 내 언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몰랐다.
아니 그건 거짓말이야.
사실 나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언니는 이미 결혼했고,
넌 내 약혼자니깐.
그래서 내가 잘하면,
시간이 지나면,
어쩌면,
그러면,
언젠간.
네가 날 사랑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언니가 헤어지는 날이 빠를지 몰랐다는 게 내 실책이었다.
"야, 이거 네 약혼자랑 그 사생아 아니야?"
별로 친하지 않던 옛 친구의 카톡엔 내가 본 적 없던 네가 있었다.
출장으로 바쁘다던 네가 왜 언니와 있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게는 전화도 짜증 내던 네가
언니와는 환히 웃으며 길을 걷는구나
하는 생각만이 날 움츠러들게 했다.
내가 더 힘껏
눈을 감고 귀를 막았어야 했는데.
아니,
널 더 빨리 놓았어야 했다.
그것도 아니지.
가진 적도 없던 널 감히 내가 쥘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됐지.
정략결혼은 다 이런 거라고
네 차가움을 이해하려던 내가 어리석었다.
그러니 내가 기어코 네 호텔방에서 너와 내 언니의 사랑을 마주치는 것은
어쩌면 내 업보일지도 몰랐다.
조용히 그 방을 나와 한참을 울었다.
나는
그렇게 네 차가움이 나만을 향한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서야
널 눈물로 애써지울 정도로 멍청했다.
"30분 뒤에 미팅이야."
어제라면 상처받을 네 무심한 말이 이제는 이해됐다.
너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그 대용품을 안는 너도
얼마나 비참했을까.
나만큼 아팠을까?
"그러니깐 빨리 용건만 간단히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출장지까지 따라온 질척거리는 정략 약혼 상대에게
어쩌면 이 정도도 꽤나 다정한 말 아닐까?
부은 눈으로 멍하니 널 바라보는 날
시계는 톡톡 치며 재촉하는 넌
정말 귀찮아 보였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그래서 네가 그토록 바랬던 말을 용건만 간단히 말했다.
눈물이 흐르지 않아 다행이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아 다행이다.
"겨우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날아왔어?"
네 눈에 가득 들어 있는 그 감정은
경멸일까 비소일까.
"왜 새로운 파트너 생겼어?"
그럴 일이 없다는 건 네가 더 잘 알터였다.
난 너외에 한 번도 다른 남자를 안아본 적도 바라본 적도 없다.
그런 내 맹목성이 네가 날 이리 다루게 한 걸까?
또, 또.
잡생각이 내 머릴 채워갔다.
끝없이 이어지는 만약에 와 어쩌면을 지우고 나니
텅 빈 마음을 채우는 건 원망도 애증도 아닌 이런 자잘한 사념뿐이었다.
"응"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말들이 이리도 쉽게 나오는 걸까?
"파혼은 법무팀에서 조율할 거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네가 어린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 몰랐는데.
우리 결혼에 달린 딜만 조 단위야. 네 애인이 얼마나 잘나든 이게 무마가 될 거라고 생각해?"
"걱정 마. 계약은 그대로 이루어질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태산 인터내셔널이랑 SH물산 합병도 내가 계속 살필 거고."
"결혼 없이 우리 영감님들이 서로를 믿을 것 같아?"
"결혼도 그대로 진행될 거야."
"너, 약했어? 방금은 파혼하자며."
"근데 그 결혼이 꼭 너랑 나일 필요는 없잖아. 태산이랑 SH이기만 하면 다 괜찮을 거야."
"알아듣게 말해. 너 상대가 설마 우진이야? 아니면 유태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꽉 억누른 턱이 네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어지는 이름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지나치게 짜증 난다는 듯이.
자연스레 네 경쟁자들의 이름을 내 곁에 붙이는 네 모습이
날 업적의 상징으로면 여기는 그 말투가
더 이상 아프지 않다면 거짓이겠지만
그 눈물이 정말 감정을 씻어준 것처럼
더 이상 아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쉽게 웃으며 말했다.
"네 남동생도 사촌 형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러면 똑같은 딜은 힘들지.
걱정하지 마 내가 언제 네게 안 좋은 일을 한 적이 있던가?
내가 네 경쟁자가 이렇게 좋은 딜의 상징이 되게 할리 없잖아.
그래도 그동안 쌓아온 정이 있는데. 우리가."
"말 빙빙 돌리지 말고 똑바로 이야기해."
"왜 내 상대가 바뀐걸로만 생각해? 우리 쪽도 스페어가 있잖아."
"너. 송하를 그따위로 이야기하지 마."
차가움이 가득하던 눈동자에 불꽃이 튀었다.
억눌린 목소리가 잔뜩 긁혀 튀어나왔다.
겨우 내 이복언니를 스페어로 칭했다는 이유로.
네가 방금 내 언니를 자연스럽게 '송하'라고 부른 걸 스스로는 알까?
"그게 중요해? 내가 너한테 그 사생아를 붙여주겠다고 지금 말하잖아.
네가 그렇게 원하던 네 첫사랑을."
"..."
팽팽 머리 굴러가는 모습이 이렇게도 투명히 보일 줄이야.
항상 대단해 보였던 너도
사랑 앞에서는 볼품없구나.
"모레 신회장님이랑 직접 조율하기로 했으니깐 싫으면 지금 말해."
"..."
그의 못마땅한 표정이 어색한 침묵이 가소로워 보였다면
내가 하루 만에 너무 바뀐 걸까.
"그럼 미팅 잘하고. 다음에는 네 결혼식 때 보자.
참고로 신혼집은 내 명의라 새로 구해야 할 거야. 그 정도는 괜찮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대화로 너에 대한 감정을 이리 말끔히 지울 수 있다면
더 빨리 이리할 것을.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는 널 사랑할게 아니라 미워했어야 했다.
그래서 그렇게 난 드디어 널 버릴 수 있었다.
#유태오 #첫사랑 #정략결혼 #으른의 사정 #능력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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